“기본에 충실한 자세로 미래 ‘모범농장’ 만들 것”

 

2015년 국내 총인구 중 농촌인구의 비율은 18.4%인 939만2000명이다. 지속적인 하락 추세에서 처음으로 벗어났다. 수도권에서만 나타나던 인구 순증 현상이 전국의 농촌 시·군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농촌의 인구 증가의 주된 이유가 바로 ‘귀농·귀촌’과 외국인 전입 등 사회적 요인이다.

경상북도 안동시 와룡면 가야길 150-48에 위치한 ‘덕인(德仁) 한우농장’의 권면 대표는 2016년 말에 귀농한 ‘초보귀농인’이다. 그를 만나 귀농을 결심하게 된 배경과 과정 등에 대해 등에 대해 물었다.

 

권면 대표는 안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일대학교 행정학을 공부한 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 유통 MBA과정 수료, 고려대학교 생명환경과학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수료한 지식인이다.

농협중앙회 안동사료 공장장, 경북지사장을 거쳐 농협사료 전무이사로서 30여년을 농협중앙회에서 근무한 후 퇴직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2차례의 안동봉화축협 상임이사직을 역임한 ‘안동 토박이’다.

권면 대표는 농협에 근무하면서도 줄곧 퇴직 후 고향으로 내려와 노후의 삶을 가축과 함께 보내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농협사료 안동공장장 시절 축종으로 ‘한우’를 선택하고 인근 부지를 구입하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서울로 발령이 나면서 부지 구입을 일단 접었다.

이후 안동봉화축협 상임이사로 재직하면서 그가 그려온 퇴직 후의 삶을 실천했다. 하지만 평생을 고향과 연관돼 살아왔지만, 고향에서조차 축산업에 진입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줄 해보고서야 알았다고 한다. “그러니 전혀 연고도 없는 귀농인들이야 말로 축산업에 쉽게 진입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권 대표는 2016년 말 적당한 우사를 구입하기 위해 안동과 봉화 지역을 순회했고, 낮에 봐둔 곳을 밤과 새벽에도 찾아가 적정지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한다. 주변 지인들의 추천과 스스로 다니면서 물색한 부지를 그렇게 철저히 선정했다.

발품을 팔면서 선정한 지금의 덕인 한우농장은, 뒤편은 산줄기가 따라 내려오고 앞쪽은 1945년 준공된 저수지 ‘늑곡지’가 자리잡고 있는 기가 막힌 적지였다. 저수지 앞면까지는 가축제한지역이지만 절묘하게도 저수지 뒷면은 밖에서조차 보이지 않는, 축산하기 정말 좋은 곳이다. 특히 우사와 가옥이 딸려 있어, 권 대표가 그리던 노후생활까지 가능하게 해줬다. 100여마리를 사육할 수 있는 규모인 이곳은 처음 4~5억원을 호가했지만 흥정이 잘돼 거의 반 값에 구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퇴직금과 그동안 알음알음 모았던 자금을 털어 넣었다. 계류사, 밭 등 830평에 우사 90평, 총1200평 정도이다.

이전의 허름한 비육·번식 우사를 다 뜯어내고 100여 마리를 청정 사육할 수 있도록 새로 지었다. 현재는 32마리 규모로 사용하고 있다. 밀식하지 않고 되도록 소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가옥을 리모델링하면서, 작년 11월 12일 7~8개월령의 송아지 12마리를 입식했다. 당시 송아지 값이 380만원 할 때여서 더 많이 입식할 수가 없었다. 물론 대출을 받아 할 수도 있었지만 2년 후의 상황을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침 5시에 기상해 우사 주변을 청소하고, 급수기 등 시설점검과 소들의 상태를 살피고, 생균제와 첨가제 그리고 조사료 등을 섞어 사료를 먹인다. 3일마다 정기적으로 우사 청소를 하고 톱밥을 깔아준다. 그래서인지 우사 바닥은 뽀송뽀송하고 소들은 윤기가 흐른다. 권 대표는 성급하게 ‘돈벌기’ 사육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7년의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계획대로 키우겠다고 말한다.

권면 대표는 “사료공장과 농협사료에서 오랜 시간을 생활했기에, 많은 지인들이나 후배들의 관심이 높다”면서 “그렇게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설렁설렁 사육을 하게 되면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농협에 누가 되기에 비록 시작은 미약하지만 정석대로 키워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처음엔 사료공장장 등 농협사료에 근무하면서 이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지만 역시 현장에서 직접 한우를 키워보니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권 대표는 첨가제, 풀도 상등품을 사용한다. 잦은 청소, 분뇨 수시처리, 파리 구충제 살포 등으로 농장에는 파리와 모기와 같은 질병매체도 없다. 워낙 지리적 조건이 좋아 통풍이 잘되고 있는 데다, 57마력짜리 중고 트랙터를 구입해 축분뇨 등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우사 내에 CCTV를 설치하고 같이 붙어 있는 가옥에서 농장 내부의 상황을 수시로 체크한다. 볼 일을 보러 농장을 비웠을 때도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이 가능하며, 녹화까지 돼 농장 출입자나 차량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100여 마리의 한우를 키워 계획출하하고, 번식까지 함께 하는 일괄사육체계를 갖추는 것이 꿈이다.

 
 

- 귀농 자금 지원이 다양하게 이뤄진다고 하는 데.

축협에서는 1.2%의 저리자금을 지원한다. 그러나 규모가 작으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규모가 클수록 지원 혜택이 크다. 이것은 귀농인들이 축산을 하려고 할 때 힘든 부분이다. 왜냐하면 축산을 시작하려면 기본적으로 자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2세 축산인이 아닌 경우, 또 젊은층의 경우에는 모아놓은 자금이 별로 없다. 축산업이 미래지속 가능한 산업이 되려면 많은 젊은피의 수혈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들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 귀농 후 축산을 하려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일단 젊은층들은 처음부터 규모를 크게 해 수익을 내려고 하는 데,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농업과 마찬가지로 축산도 현장을 모르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특히 축산은 생명을 다루는 산업이다. 내가 키우는 축종의 습성을 모르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

또 부지를 구입하지 말고 빈 축사를 활용하라고 말하고 싶다. 고향에서 몸담고 살아온 나 자신도 부지 구입 때 많은 반대에 부딪쳤다. 그래서 결국 빈 우사를 구입했을 정도다. 연고가 없는 사람의 경우, 처음부터 큰 난관에 부딪칠 것이 뻔하다.

빈 우사 구입 때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폐업농가의 경우 축사에서 가축을 키우는 일을 5년 동안 못하게 되어 있다. 우사가 비어 있다고 해도 가축을 키울 수 없다는 말이다. 이는 농협에서 추진하고 있는 축사은행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폐업농가의 축사를 구입하려고 하면 몇 년 동안 가축사육을 안하고 있었는지 확인해서 4년 된 축사를 구입하면 좋다. 왜냐하면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서는 거의 1년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준비하는 동안 5년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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