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못해 본 채 외국기업으로

 

국내 도축장들의 숙원사업인 혈액자원화 사업이 고스란히 외국기업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현 상황대로라면 벨기에 VEOS사와 중국의 Baodi사 중 한곳에서 이르면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건립이 시작된다. 그러나 도축업계의 숙원사업을 일순간에 외국기업에게 내어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혈액 자원화 사업은= 도축과정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혈액의 처리 문제를 두고 도축장은 고민을 해왔다. 국내 도축장들이 평균적으로 연간 혈액 처리비용을 8억 4300만원을 소요하고 있는 가운데 처리단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도축장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도축장별 처리 단가가 톤당 15~23만원으로 지역 및 환경에 따라 최대 8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때문에 도축업계는 안정적으로 혈액을 처리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혈액 자원화 사업에 관심을 기울였고 런던협약에 의해 2016년부터 모든 육상 폐기물의 해양투기가 금지돼 폐기되는 동물혈액의 효율적 처리 방안이 대두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사업비는 영연방 FTA 피해 대책 일환으로 보조 30%, 융자 50%, 자부담 20%, 총 230억 원 규모로 진행예정이었다.

도축업계는 이사업을 통해 동물혈액 자원의 고부가가치화, 혈액 제품생산 기반구축 및 수급 안정화를 도모하고 동물혈액 자원화 기술 개발을 통한 도축산업의 신산업 동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기대했다.

그러나 올해 본격 사업 추진을 앞두고 사업자금 조성에 차질이 생기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당초 30%보조에 50%를 융자 지원키로 했던 정부가 80% 융자로 입장을 바꾸면서 사업 추진이 중단된 것이다. 도축업계는 정부가 지원금 배정을 급작스럽게 철회하면서 융자로 전환하는 것은 결국엔 100% 도축업계가 부담해야한다는 것이라며 현재 중소규모의 도축장들이 전액 부담으로 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결국 외국기업으로 가나= 예산 철회로 자체 구축은 무산되었지만 이번엔 외국기업들이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며 적극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벨기에 VEOS사와 중국의 Baodi사는 장기투자계획을 목표로 국내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벨기에 VEOS사는 충북에 자리 잡고 지리적인 이점과 오랜 기술력을 내세우고 있으며 중국의 Baodi사는 새만금에 자리 잡고 항만을 이용한 해외시장 진출까지도 가능한 점이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양사 모두 사업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이유로 10~20년의 장기 계약을 원하고 있다. 또 경제 타당성에 따라 최소 500만 마리 이상의 혈액 처리를 목표하고 있어 양 사중 한곳만이 시장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자원 유출 우려도= 도축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 자원이라 할 수 있는 혈액 자원을 한순간에 외국자본에 쥐어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도축업계를 대표하는 축산물처리협회는 회원사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이를 결정하는 한편 자체 사업이 불가능하다면 현재 국내 진출을 목표하고 있는 양사에 업계의 요구를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양사측에 이같은 입장을 전달한 가운데 이달 중 이사회를 열고 회원사들의 입장을 정리해나갈 방침이다.

축산물처리협회 관계자는 “자금 확보만 된다면 자체사업추진을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내년도 사업계획에서도 예산이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도축업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아 차근차근 진행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