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목장 일 아내는 송아지 관리 전담

 

 

 

충북 청주시 옥산면 환희리에 위치한 민주목장은 산과 물을 품은 아름다운 목장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곳에는 백여 마리의 소와 이를 벗 삼아 삼대가 모여 살고 있다. 1대 정헌모·조영희 씨와 2대 정통일·임헌 씨와 그의 아들이 한울타리 안에 자리 잡았다. 그들은 엄격하게 자신들의 일을 나누어 각자 맡은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목장은 30여 년 동안 납유처도 세 번이나 바뀌고 두 번이나 목장의 터를 옮겼다. 이 가운데는 정헌모 대표의 자식사랑을 빼놓을 수 없다,

어릴 때부터 목장을 이어가겠다는 아들이 자신처럼 어려운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무엇보다 컸던 그는 2009년 현재 위치로 목장을 이전했을 당시에도 그는 목장 부지의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정헌모 대표는 아들이 목장을 잇겠다는 뜻만 없었더라면 더 큰 부자가 됐을 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금 당장에 손에 쥘 수 있는 돈보다 오래도록 목장을 할 수 있는 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다 지켜본 아들 정통일 씨는 아버지의 기대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 나가고 있다. 자신 역시도 지켜야 할 가족이 있어 그의 어깨가 무겁다.

 

◇ 목장의 희망 2세 부부

민주목장에서 생산 부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정통일·임 헌 부부가 결정하고 책임진다.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한 정통일 씨는 어렸을 때부터 목장을 잇는 것이 꿈이었다. 때문에 고민 없이 농고와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진학해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아내 임헌 씨 역시도 한국농수산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목장에 들어와서 남편과 함께 일을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도 농촌에서 나고 자라 익숙한 환경”이라면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또 자신보다 강도 높게 일하는 남편에 비하면 자신이 하는 일은 힘든 일도 아니라고.

정통일 씨는 착유부터 자가 TMR, 질병관리 등 목장의 전반적인 일을 하고 아내 임 헌 씨가 송아지 관리부터 남편을 도와 착유까지 마친다.

때문에 책임감 또한 남다르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니 효율도 기대 이상이다.

정통일씨는 “혼자 100마리 착유하는 일도 버겁지 않다”면서 “지금은 소가 줄어 60여 마리를 착유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여유로운 상태”라고 말했다.

 

◇ 내 일이라는 생각으로

그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아버지에게 목장일을 부탁해 본적이 없다. 아버지와 아들이 정한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낙농가인 아버지 정헌모 대표에게 힘에 부친다거나 피곤한 것은 이유가 되지 못한다.

누군가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젖어 들면 나태해지거나 책임감이 가벼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나아니면 착유할 사람이 없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그 역시도 아들에게 목장일을 맡기기 전까지는 단한차례도 착유를 걸러본 적이 없다.

아들인 통일씨 역시도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때로는 푸념 섞인 투정을 내뱉기도 하지만 제몫은 다 해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마음을 다잡는다. 여기에는 임헌 씨의 내조도 큰 역할을 한다. 그녀는 스물다섯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도와 목장일을 하며 두 살배기 아들을 보살피는 것도 허투루가 없다.

 

◇ 끊임없는 고민의 연속

요즘 그들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하나는 낙농산업을 둘러싼 여건이 갈수록 심각해짐에 따라 생산성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대 3톤까지도 생산했던 목장에서 생산량을 1/3이나 줄이니 여러모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목장 신축당시에도 최대 100 마리까지 착유할 수 있도록 설계해놓은 덕분에 비어있는 시설을 볼 때면 불편한 마음이 밀려온다. 그렇다고해서 무턱대고 생산량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답답한 노릇이란다.

또 하나는 기쁜 고민이다. 정씨 부부에게 새로운 생명이 찾아왔다. 아내 임헌 씨가 둘째를 임신 중이라 점점 목장일이 힘에 부친다.

단기적인 공백에는 헬퍼를 쓰기도 하지만 연간 5일만 배정받는 헬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땐 한 발 물러났더라도 아버지 정헌모 대표가 나설 때다. 정헌모 대표는 아들을 도와 목장을 일궈나갈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하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다. 물론 자신이 함께 목장을 이끌어 갈 수 있지만 아들부부에게 목장일을 넘겨준 만큼 통일 씨에게 모든 것을 맡길 셈이다.

 

◇ 아버지 역할은 끝…나머지는 그들의 몫

늘 그들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민주목장의 정헌모 대표는 이제 모든 것은 내손을 떠나 아이들의 몫이라 말한다. 그는 한 마리로 시작해 100마리의 소를 일구기까지 사연도 많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이제 모든 걸 아이들에게 넘겨주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모든 낙농가가 고생을 한 것은 당연하겠지만 유독 자신은 더욱더 혹독하게 낙농을 꾸려왔다는 그는, 납유처가 여러 번 바뀌기도 했다. 때로는 괘씸죄에 걸려 유업체가 집유거부를 하기도 하고 목장 이전 때는 인근 학교의 반대로 목장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어렵게 꾸려온 만큼 애정과 애착도 남다른 게 사실이다.

정헌모 대표는 “목장에 돌 하나 까지도 고민하고 고민해서 내려놓았다”면서 “아들 내외에게 맡기기로 마음먹은 이후에는 모든 걸 아이들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아들내외가 목장에 들어와 폐사한 소들이 수십 마리는 넘을 것 이라며 이것 또한 이들의 수업료를 대신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믿고 맡기는 것이 아들 부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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