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대책은 오히려 ‘독’ 된다

 

사육 마리수 감소는 가격의 수직상승을 부르고,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경기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진 일반 소비층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외국산 축산물에 대한 저항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낮아진 것과 맞물려 외국산 소고기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김영란법’이 입법예고 되면서 이중·삼중고에 빠진 한우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우고기 가격의 급등세를 일부에서는 알기 쉽게 ‘한우 한 마리=경차 한 대’로 표현한다. 생산비용의 상승 등으로 대부분의 한우농가는 큰 덕을 보지 못하는데 마치 뒤로는 웃으면서 앞에서는 되레 죽는 소리한다고 오해를 받기도 한다.

가격이 높다고 한우농가에게 좋은 것이 아니다. 2013년 말부터 한우고기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소고기 수입량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작년 하반기까지는 그 폭이 미미했다. 수입 소고기와 한우고기는 대체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우고기 값이 kg당 1만8000원대를 넘어서자 소고기 수입량이 급증하기 시작해, 올 상반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20~30%나 늘어났다. GS&J인스티튜트는 이를 “한우고기 가격과 수입 소고기 가격 비율이 2.5배를 넘어서면 품질 차별화에 의해 소비대체를 저지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한우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차별성이 약화되면 수입 소고기의 유통채널이 강화되고 결국 소고기 시장에 대한 수입 소고기의 지배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한 번 시장을 빼앗기면 탈환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소고기 수출국들은 보다 전략적이고 다양한 대소비자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점유율을 점차 높여간다.

상반기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량이 크게 늘어난 것과 관련 미국 육류수출협회 필립 생 회장은 “한국의 소고기 공급 부족을 기회로 미국산 소고기의 높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에 주안점을 둔 마케팅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 원인은?

한우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원인을 파고 들면 간단하다. 정부의 잘못된 한우정책으로 사육 마리수의 절대적 부족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수소는 출산 후 도축되기까지 약 30개월 정도의 사육기간이 필요하고, 송아지가 태어나려면 10개월의 임신기간이 필요하며, 암송아지가 가임연령에 도달하려면 최소 14개월이 되야 한다.

따라서 한우고기 가격이 상승해 소고기 공급량을 증가시키려면 적어도 54개월이 소요되며, 반대로 한우고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가임암소 마리수가 감소, 송아지 생산마리수 감소를 거쳐 도축 마리수가 감소하기까지는 40개월 정도가 걸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GS&J인스티튜트는 소고기 가격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가임암소 마리수를 줄이려면 암소 도축이 늘어나야 하므로 단기적으로는 소고기 공급을 더 증가시켜 소고기 가격 하락폭을 도리어 더 확대시키는 역기능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농가와 정부는 40~54개월 후의 수급전망을 기초해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2년 정부는 가격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송아지생산안정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송아지생산안정제가 한우 공급 과잉의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가임암소 마리수가 정해진 수준을 넘으면 지급을 중단하도록 개편했다. 여기에 암소 감축사업을 도입해 축발기금 300억원을 투입해 ‘한우암소감축장려금지원사업’을 실시하면서 무차별 감축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러나 한우 사육 마리수는 이미 2011년 3분기에 감소기에 접어들었다. 이 때문에 GS&J인스티튜트를 비롯 일부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장기적 안목으로 ‘더 이상 도축하면 안된다’는 경고를 해왔던 것이다. 2011년부터 암소도축이 가속되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밟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서서 가속페달을 밟았던 것이다. 그 여파를 지금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GS&J인스티튜트는 최근 한우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정부가 다시 한 번 손쉬운 ‘한우 암소 증산정책’ 카드를 꺼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나서는 것이다. 만일 단기간 치료요법을 쓰게 되면 이번엔 가격 폭락이라는 또 다른 파동을 맞게 될 것을 우려한다.

 

# 대책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의 가격과 수급이 아니라 4~5년 후의 전망에 따라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우가격이 폭락했던 2012년 암소 마리수 감축정책을 주장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우가격이 급등한 지금은 암소 마리수를 늘리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그런 정책을 추진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가능성이 높겠지만 유혹에 넘어가선 결코 안된다고 강조한다.

현재의 시점은 이미 사육 마리수 증가기에 접어들어 앞으로 속도가 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암소 도축을 억제하거나 송아지 생산을 추동하는 정책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오히려 증가 속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저능력 암소 도태 장려 등 서서히 암소 마리수 증가 속도를 제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또 고공행진 중인 한우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유통단계를 축소시키고,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8월 1일 ‘한우가격 안정화를 위한 유통대책 건의안’에서 농협과 민간의 정육식당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한우 직거래 활성화 지침을 개정해 도축장·유통업체 등 민간에게까지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축평원은 경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거래할 경우 한우농가는 마리당 26만5000원에서 29만8000원의 수익이 증대되고, 유통업체의 경우 16만3000원에서 24만원까지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생산·가공·판매까지 수평 계열화를 통해 일관 경영하는 농가중심 직거래 확대를 지원하고, 생산자 조직이 일관 경영체계를 구축할 경우엔 육가공공장 시설 지원도 검토하고, 온라인 거래 유도를 위한 거래 가격 및 물량 제공을 통한 온라인 거래 활성화를 유도해 유통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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