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선생은 올바른 리더의 덕목으로 10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노즉수(怒則囚)’다. 리더는 말을 많이 하지 말며 격렬하게 성내지 마라는 뜻이다. 평소 이 세 글자를 좌우명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노즉수란 화가 날지라도 분노를 드러내지 않고 억제하여 마음속에 가둬둔다는 뜻이다. 리더가 흥분해서 자제력을 잃으면 실격이다.

둘째, 스스로 직위를 구하지 말아야 한다. 리더는 자신의 욕망의 충족이 아니라 대중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어야 하는 사람이다. 리더의 자리는 출세나 성공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봉사와 희생의 자리이기 때문에 그렇다.

 

위엄과 신용이 우선

 

셋째는 ‘청렴’이다. 청렴은 모든 선한 일의 근원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다. 리더가 청렴하지 못하면 비참한 종말을 맞게 된다고 했다.

넷째, 절약하되 널리 베푸는 것이다. 베풀기 위해서는 먼저 절약해야 함을 강조했다. 베푸는 것만큼 보람있는 일은 없다. 남에게 베푸는 사람들은 재산을 소중하게 알고 낭비하지 않지만 거기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다섯째, 궂은일도 기쁜 마음으로 행하는 자세다. 궂은일도 기쁜 마음으로 하라는 뜻이다. 기쁜 마음은 자발적으로 나서는 마음이다. 리더의 솔선수범과 자발성은 중요하다.

여섯째, 대중을 통솔하는 길은 위엄과 신용뿐이다. 리더가 청렴한 모습을 보일 때 위엄이 있다. 리더는 위엄으로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신용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일곱째, 실제적인 배움을 중시하는 것이다. 다산은 배움은 단순히 글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것을 익히고 시대 상황에 필요한 것을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리더는 배움을 통해 새로운 생각과 방법으로 도전하고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여덟째, 유비무환의 자세로 재난에 대비하는 것이다. 다산은 재난 구제를 위해 첫째 재난 방비를 위한 유비무환의 정신과 둘째 신속한 대응을 강조했다. 리더는 자신의 안전 뿐 아니라 구성원과 대중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아홉째, 세력자의 횡포를 막아내야 한다. 힘있는 자들의 횡포를 가차없이 척결하고 그들의 세력을 억눌러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참모’ 이미지 더 강해

 

마지막으로 청렴하게 물러나야 한다. 다산은 벼슬자리에 미련과 욕심을 두어서는 안된다고 했고, 벼슬을 했던 자들이 물러날 때의 모습이 청렴해야 함을 강조했다.

축산경제대표 추천회의가 끝나고 김태환 전 대표가 다시 전국의 조합장들로부터 재신임을 얻었다. 그는 추대된 직후 인사말을 통해 “최근 축산업을 둘러싼 각종 난제들을 앞장서서 헤쳐나가 달라는 의미”라고 무겁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난 2년 간 대표로서의 행보는 대표라기보다는 ‘참모’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다. 132조 특례조항 존치를 위한 노력에서도 강렬한 리더십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경제지주 이관 원년인 올해, 축산경제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과 관련해서도 중앙회의 ‘지나친’ 간섭을 핑계(?) 삼아 명쾌한 원인과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변화와 혁신’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도시락 토크 등을 시작으로 4급 또는 3급 직원들과의 소통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초점을 잘못 맞췄다는 지적이 높았다. 축산업이 처한 급박한 현실에서 너무 안이한 대응이었다는 것이다.

‘꼼꼼한’ 성격의 대표가 업무를 챙기는 것에는 별반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대표가 해야 할 일들과 부서장급들이 해야 할 일들을 구분하지 못한 업무처리들은 오히려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많았다.

경제지주로의 이관 원년을 보낸 축산경제는 사업 전반에서 혼란을 겪었다.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시장경제로의 진입이 시기상조이거나, 이대로 가다간 5년 안에 조직이 분해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낳았다.

아래 직원들은 미래를 보지 못하고, 동질성보다 오히려 이질성을 느끼면서 미래로 향해 나아가자는 동기를 부여받지 못했다. 작은 것 하나까지 챙기는 습성은 시장에서 싸워야 하는 경쟁사들에게는 좋은 먹이감에 불과했다. 직원들이 느끼는 자괴감의 원인이다.

 

직언하는 풍토 조성

 

아무도 직언(直言)하지 못하는 풍토는 죽어가는 조직이거나, 죽은 조직이다. 직언을 못하는 경우는 두 가지다. 상사의 권위에 무릎 꿇거나,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아는 것이 별로 없거나다. 둘 다 관심이 조직의 미래보다 제 ‘안위’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조직도 ‘볼 짱 다 본’ 조직이다. 조직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지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큰 그림을 그릴 줄 모르면 그 조직은 항상 생존의 문제로 아등바등 거릴 뿐이다.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할 땐, 세상은 거듭된 잘못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행착오’로 인정해준다. 하지만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용납하는 법이 없다. 그 시행착오 기간 동안 아무 것도 배운 것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2년의 기간이 지나, 향후 2년 동안 다시 대표직을 수행한다. 과연 다산 정약용 선생이 지적한 리더의 덕목을 몇 가지나 충족하고 있는 지 다시금 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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