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20일에 열린 제 356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 2차 정례회 제 4차 본회의에서 “가축분뇨 무단배출 엄벌”을 재차 강조했다.

원 지사는 “가축분뇨 무단 배출 행위에는 한 번 적발에도 농장폐쇄와 같이 강력하게 조치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기 위한 조례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주민들에게 단속 권한을 주고 비용도 지원해 지역별로 교차 감시가 가능하도록 책임과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며 “가축분뇨 무단배출행위를 단속할 특별수사단 조직 설립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외부비용 이해해야

 

이에 대해 양돈농가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한돈협회의 하태식 회장은 “제주특별자치도가 가축분뇨의 관리에 관한 조례 전부 개정안이 재검토 되지 않을 경우 행정 소송 등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축분뇨의 불법 방류 예방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상위법을 넘어선 과도한 규제는 역효과를 낼 것이며 국내 양돈농가 전체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양돈농가 뿐만이 아니다. 최근 축산농가를 둘러싼 정부와 소비자단체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국내 축산물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만,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더 깊어지는 추세다.

축산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만도 하다. 하지만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느냐”의 원인을 따져보려면, ‘외부비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알 길이 없다.

외부 비용이란 환경오염과 같이 개인의 행위가 정당한 가격의 지불 없이 다른 개인에게 불리한 또는 해로운 효과를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효율적 생산방식에 입각해 공장식 사육방식으로 축산물의 가격을 보다 저렴하게 생산할 경우, 뜻하지 않는 오염 등 환경문제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아주 간단한 예가 최근 가축분뇨 불법 배출로, 식수가 오염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던 제주특별자치도 식수 오염사건이다.

많은 국민들이 축산농가들을 모두 범죄자 취급하며, “삶의 터전에서 떠나라”는 유·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는 것에 황당함을 넘어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압박은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강력해질 것이 뻔하다. 왜냐, 이런 외부 비용을 축산농가들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규제는 더 강화 될 것

 

미래에도 변하지 않는 연속성이 바로 ‘지속 가능’이다. 그리고 ‘지속 불가능’ 또는 ‘퇴출’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 쓰여지고 있다. “내 농장에서 내 방식대로 가축을 사육하는 데 왜 이래라 저래라 강요를 하느냐”는 이제 어거지다.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감수하라”고 주장하는 산업은 결코 지속 가능할 수가 없다.

FMD·AI 등 악성가축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피해를 당하는 사람은 축산농가만이 아니다. 통행의 불편함은 물론이고 경제적 비용까지 감당해야 하는 국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을 제공하니 그 정도는 이해해 달라”는 것도 더 이상 애교가 아니다.

“일부 몰지각한 축산농가의 행태로 전체가 부도덕하고 몰염치 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것”이라며 “침소봉대하지 말아 달라”는 호소도 이젠 소용이 없다. 외국산 축산물로 소비가 옮겨가는 것은, 따지고 보면 나라의 빗장이 풀려 모든 축산 강국들의 축산물이 물밀 듯 몰려와서가 아니다. “이 참에 더러운 축산업을 접고 수입해다 먹자”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이 나오는 것이 전혀 얼토당토하지 않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지난해 말 본지는 농협 축산자원국과 나눔축산운동본부와 공동으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축산의 조건’라는 주제 하에 기획 시리즈를 연재했다. 축산업의 규모가 확장되면서 생산·가공·유통 등 각 분야가 하나로 통합돼 1·2·3차 산업의 경계가 무너졌다. 그만큼 소비자와의 접점이 최고로 가까워져, 축산 현장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드러나 부정적인 인식도 높아졌기에 이를 풀어가기 위해서였다.

 

권리만큼 책임지길

 

농협 축산경제에서는 ‘축사환경 개선의 날’을 만들어 매달 10일 전 계통조직을 동원, 농가와 함께 깨끗한 축산농장만들기에 나섰다. 농장주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매뉴얼도 만들었다. 나눔축산운동본부는 ‘나눔이 체질화된 기업은 영속성을 지닌다’는 슬로건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잡으려 했고, 지금도 노력 중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아무리 독려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외부 비용에 대한 이해가 없는 한, 위기의식도 생기지 않는다. 축산업의 규모가 커졌다고 권리만 주장할 것이 아니다. 커진 만큼 사회적 책임도 커진다는 사실을 함께 알아야 한다.

이젠 축산업의 문제는 축산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개인 스스로 자신들의 사업(?)에 대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고,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산업의 발전과 지속 가능을 위한 대대적 자정운동이 전개돼야 한다.

주변에 피해를 주는 몰지각하고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농가는 산업에서 퇴출시켜야 전체 산업이 산다. 그래야 떳떳하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지속 가능’은 의식의 변화에서 시작해 행동으로 옮겨질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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