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간 거리제한 규정 개정

 

일선 협동조합 간의 건전한 경쟁과 협력을 독려함으로써 협동조합의 발전을 유도해야 할 농협중앙회가, 오히려 조합 간의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달 24일 농협중앙회 이사회가 ‘회원조합지도·지원규정’ 제75조 2항 6호 개정을 의결하고, 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2010년부터 갈등을 겪어왔던 익산군산축협과 북익산농협의 골이 더 깊어졌다.

‘회원조합지도·지원규정’ 제75조 2항 6호는 일선조합이 사무소를 설치할 경우 다른 조합의 사무소와 거리제한을 두는 것으로, 익산시와 군산시 같은 중소도시일 경우, 계통사무소 간의 거리는 다른 조합과는 400m, 중앙회 자회사와는 500m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개정된 ‘회원조합지도·지원규정’은 예외사항으로, 조합의 본점이 읍 또는 면 지역에 소재했는데 기존과 동일한 읍 또는 면 지역 내에서 이전할 경우에는 이러한 거리제한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그 결과 북익산농협은 익산군산축협의 함열제일지점에서 불과 60m 옆에 위치한 하나로마트 자리에 본점을 그대로 옮길 수 있게 되면서 신용사업을 전개해, 함열제일지점은 신용사업은 물론 하나로마트 수익까지 급락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고 익산군산축협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서충근 조합장은 “지난 2010년 당시 함열농협이었던 북익산농협에서 하나로마트를 짓는다고 할 때부터 줄곧 반대의견을 제시하면서 농협중앙회에 항의했지만, 북익산농협은 일방적으로 공사를 시작했다”면서 “이전에는 ‘협조’를 부탁했지만 이젠 아무런 거리낌 없이 본점을 이전할 수 있게 길을 터줬다”고 농협중앙회를 비난했다.

서 조합장은 “해당문서의 시행일 다음날 즉각 반대의견을 농협중앙회에 제출했고, 수차례 중앙회와 전북지역본부 측에 항의했지만 변명 아닌 변명만 들은 채 묵살 당했다”면서 “사전에 공청회나 간담회 또는 의견 질의조차 없었다는 것은 이미 북익산농협 측의 편의를 봐주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서 조합장은 또 “김병원 중앙회장과의 면담에서 ‘이번 개정이 전국적으로 야기되고 있는 조합 간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며, 향후 1년 안에 모든 조합 간 거리제한 규정을 해제하겠다’는 해명을 들었다”면서 “거리제한 규정 해제가 조합 간의 상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다수의 협동조합 전문가들도 “애초 농협중앙회가 ‘거리제한 규정’을 둔 것은 일선 회원조합들 간의 무분별한 경쟁을 조율하고, 건전한 경쟁을 통해 상호 발전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중앙회가 이를 해제하는 것은, 견제와 발전을 위한 조율업무를 포기한 채 협동조합끼리 피 튀기는 싸움을 조장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익산군산축협 측은 “거리제한 해제가 익산군산축협과 북익산농협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는 회원조합 전체의 갈등으로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면서 “북익산농협이 본점을 이전하는 그날까지 싸울 것”을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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