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민 수 애그스카우터 대표<농경연 해외곡물시장 동향 편집자문위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곡물의 파종 및 생육 상태에 따라 곡물 가격은 오르고 내림을 반복한 가운데 최근 들어 외부 요인과의 관계 속에서 곡물 시장은 새로운 변화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국제 곡물 가격에 영향을 주는 외부 요인으로 국제 유가·환율·증시 등을 꼽을 수 있다.

여러 가지 대외적인 이슈로 인해 곡물 시장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으며 곡물 가격의 변동성이 커졌다. 특히 곡물 가격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국제 유가의 경우 5월 초반까지 하락세를 유지했으나 상승세로 전환된 이후 상승폭은 점차적으로 확대됐다.

한동안 미국의 원유 생산량 확대로 인해 국제 유가의 하락세가 두드러졌으나 사우디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원유 감산 의지와 원유 산유국들의 감산 이행 기간 연장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국제유가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달러화 가치는 약세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원자재 가격과 달러화 사이에는 역 상관관계가 형성됨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원자재 가격은 하락하고 달러화 가치가 내려가면 원자재 가격은 오른다. 따라서 달러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곡물 가격의 상승 요소로 작용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 및 브라질에서의 정치적인 이슈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거시경제 지표뿐만 아니라 원자재 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야기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IS 관련 기밀 정보 러시아 유출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탄핵 여론이 형성된 반면 유럽에서는 프랑스 새 대통령인 마크롱이 독일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유럽 통합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유로화가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오름에 따라 달러화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해 작년 11월 초반의 저점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달러화 급락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국제 금 가격은 상승세를 나타냈으며 곡물 가격도 영향을 받아 오름세로 전환했다. 이러한 가운데 브라질에서는 테메르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로 인해 탄핵 정국이 형성되자 브라질 주식 시장은 폭락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 역시 폭락해 18년 만에 가장 낮은 환율을 기록했다.

그 결과 국제 곡물 시장에서 브라질산 곡물은 환차익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확대됐으며 곡물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따라서 미국산 곡물의 가격 경쟁력이 둔화됨에 따라 곡물 가격은 다시 하락세로 전환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곡물 시장을 둘러싼 대외적인 요소의 변화와 더불어 미국 내 날씨의 불안정성이 계속해서 곡물 가격의 변동성을 유발하고 있다. 미국 중서부 및 대평원 일대 주요 곡물 산지의 날씨는 파종 및 생육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함에 따라 곡물 가격의 하락세는 제한적인 가운데 기상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곡물 가격의 상승세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5월 22일 현재 미국의 옥수수 및 대두 파종 상황은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향상됐다. 다만 봄밀의 파종 및 겨울밀 출수 상태는 작년보다 뒤처졌으나 최근 5개년 평균보다는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주요 곡물 산지는 비가 많이 오고 기온이 내려가는 등 파종 및 생육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계속해서 기상 상황과 곡물의 생육 상태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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