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부, 전체회의에서

 

최근 AI백신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금 재점화됐다.

농축산부가 가금류 AI백신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한 시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농축산부는 항원뱅크 구축 및 AI백신 대응을 위한 T/F팀을 구성해 백신 접종효과와 접종 요건, 발생상황별 백신접종 시나리오 등 세부 추진방안을 감안하여 6월 말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이의 일환으로 정부와 지자체, 백신업체, 생산자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2일 제1축산회관 회의실에서 개최된 ‘HPAI 백신대응 T/F팀 회의’에선 AI백신 관련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하지만 가금류의 경우 사육기간 등 축종별 특성이 확연히 갈리는 탓에 아직까지도 백신 도입 유무에 대한 가닥이 잡히지 않은 상황.

게다가 백신 도입을 위해선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산적해있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백신 도입시 고려사항을 살펴보자.

 

# 백신 도입시 고려사항

가장 먼저 전제돼야 할 것은 항원뱅크 구축이다.

항원뱅크란 백신 완제품을 만들기 위한 전단계로 백신 바이러스를 대량 생산해서 냉동 보관해 놓은 상태를 말한다.

관건은 항원뱅크에 구축할 백신주를 어떤 클레이드(clade)를 선정할 것이냐다. 과거 국내에 유입된 고병원성 AI 혈청형의 경우 H5N1, H5N6, H5N8 등 3가지 유형인데다 클레이드 역시 2.5, 2.2, 2.3.2, 2.3.4.4 등 4가지 타입이었기 때문.

게다가 같은 클레이드 계통이라도 A~D형에 따른 유전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백신을 통한 완벽한 예방을 보장할 수 없다.

때문에 어떤 종독주를 선택해 비축할 것이냐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 경우 국내에서 유행해 확보된 종류만 할 것인지, 아니면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현재 중국에서 유행하는 종류도 비축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도 필요하다.

비축한 종독주 외에 다른 타입의 바이러스가 유입될 경우 항원뱅크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다.

비축물량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국내 발생 3종과 중국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2종 등 총 5종을 비축한다고 가정해보자.

긴급 ‘링백신’ 전제 하에 국내 가금 최대 사육지역인 천안시를 기준으로 할 경우 500만수 분이, 일본의 긴급백신 비축규모를 국내에 적용할 경우 200만수 분이 필요하다.

전자는 25억원이, 후자는 4억원이 소요된다. 산출방식은 ‘접종마릿수×5종×50원×2회’다.

항원뱅크나 완제품 중 어떤 형태로 갈 것인지도 중요한 사안이다.

항원뱅크는 2종 이상의 AI가 동시에 유입되는 등 발생상황에 따라 백신주를 추가 선정해 다가백신을 생산할 수 있고, 완제품과 달리 오일보조제 및 부형제 등이 첨가되지 않아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다만 항원뱅크를 구축할 경우 백신제조에 2일이 소요되는 반면 완제품의 경우 즉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항원뱅크보단 완제품 보관이 메리트가 높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AI백신은 FMD백신과 달리 보관문제도 용이하다는게 동약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한 동약업계 관계자는 “FMD백신의 경우 마리당 2㎖를 접종해야 하지만 AI백신은 마리당 한 방울 정도”라며 “500만마리분 이라 하더라도 많은 양이 아니기 때문에 완제품 보관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백신접종 전에는 효능시험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사독백신의 경우 동물실험에만 60일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완제품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백신 정책시 걸림돌 많아

하지만 AI백신을 생산할 경우 걸림돌이 상당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먼저 제도적인 부분이다. 백신은 신약에 해당되기 때문에 관련 인허가를 취득하는데만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것.

때문에 인허가 문제가 대두될 경우 긴급백신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백신 생산을 위한 생산시설과 투자비용도 고려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500만수분을 비축한다고 가정해보자. 500만수분은 한 회사가 1~2회에 만드는 분량에 불과하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기존 시설을 이용해서 생산할 경우 별 문제가 없겠지만 종란접종 등의 공정을 위해선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상시백신이 아닌 긴급백신이 될 경우 수출이 전제되지 않는 한, 투자할 기업이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한 백신생산을 위한 종란 공급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아울러 긴급백신시 접종속도가 확산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도 농후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충북도 지자체 관계자는 “AI 발생패턴을 보면 최초 발생일으로부터 4~5일은 잠잠하다가 7일째부터 5~6일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뒤 14일 정도가 되면 잠잠해지는 추세를 보인다”라며 “백신이 농장에 배포되는데 1~2일, 농장이 접종을 마치는데 3~4일, 원하는 항체가에 도달하기 까지 7일이 소요되는 등 최소 14일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뒷북행정’이란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백신효과와 접종난이도도 고려대상이다.

면역 형성을 위해선 최소 2회 이상의 백신접종이 필요한데, 생독백신의 경우 접종 후 2주후, 사독백신의 경우 접종 후 3주후에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 또한 숙련자의 경우에도 1일 1만 마리 접종이 어려워 농가에서 접종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술비와 백신 구입비 부담 역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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