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민 수 애그스카우터 대표 <농경연 해외곡물시장 동향 편집자문위원>

 

올해 우리나라 5월의 날씨는 상당히 무더워 초여름과 같은 기온을 나타내고 있어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벌써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서울의 기온이 30도를 넘어섰으며 5월 상순 기온으로는 85년 만에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중국 베이징에서는 이미 4월에 30도를 훨씬 넘어서는 등 이상 기온 현상을 보였다. 호주 역시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여름 기간 동안 폭염과 홍수를 겪었다. 전 세계 기상 이변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엘리뇨나 라니냐와 같은 현상들도 주기적으로 나타나 주요 곡물 생산 국가들에게 타격을 준다.

특히 곡물 생산 시즌에 돌입한 미국의 날씨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 국제 곡물 가격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4월 중순부터 옥수수, 대두, 봄밀 등의 파종이 시작됐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내려가 때 아닌 눈이 내리는 가하면 일부 지역은 폭우가 쏟아져 홍수가 발생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한편 생육 과정에 있는 겨울밀은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했다. 궂은 날씨가 5월 중순까지 이어지고 있으나 간간히 파종에 유리한 날씨가 전개되면서 뒤처졌던 파종 속도를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5월 15일 현재 미국의 옥수수, 대두, 봄밀의 파종률은 각각 71%, 32%, 78%로 최근 5년 평균을 넘어서는 등 상당히 빠른 진척을 보여주고 있으나, 5월 중순 이후 기상 조건 역시 좋지 않을 것으로 예보된다. 계속해서 미국의 날씨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미국의 기후 변화에 따라 곡물 가격도 들썩거리는 상황이 연출됐지만 국제 곡물 가격을 상당 수준으로 끌어올릴만한 요소들이 생겨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 농무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세계 곡물수급 전망 보고서에서 17/18 시즌 곡물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곡물 가격이 상승세를 타는 듯 했으나 다시 주저 앉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내 곡물 생산량이 16/17 시즌 보다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영향을 줬지만, 이월 재고량이 크게 증가해 생산 감소분을 메꿔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수급 상의 큰 변화는 주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16/17 시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옥수수 및 대두 생산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세계 곡물 공급량이 늘어나는 반면 교역량의 증가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미국 농무부의 수급 자료는 예측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 파종 및 생육 상황과 교역 관계에 따라 변화가 예상된다.

국제 유가의 움직임과 달러화의 강약에 따라 곡물 가격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 산유국 간 장관급 회의에서 올해 상반기로 끝나는 산유량 감산 합의 이행 기간 연장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 결과에 따라 국제유가는 큰 변동성을 보일 예정이며 바이오 연료의 원료로 사용되는 곡물 가격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국제 증시 및 달러화의 변화에 따라 곡물 가격의 변동성 역시 확대된다.

국제 곡물 시장에는 고요함 속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여러 시장을 돌아다니는 투기세력들은 먹잇감을 찾아 곡물 시장에도 계속해서 곁눈질을 하며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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