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민 수 애그스카우터 대표<농경연 해외곡물시장 동향 편집자문위원>

 

최근 곡물 시장의 분위기는 다소 침체된 가운데 일정 구간에서 등락을 되풀이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가격 방향성에 대한 눈치 살피기가 여간 아니다. 세계 곡물 수급 안정화로 수년간 곡물 가격은 하락을 거듭함에 따라 현재까지도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곡물 가격의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들로 인해 곡물 가격이 간헐적으로 치솟는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몇 해 동안 엘리뇨나 라니냐 같은 기후 변화 이슈가 곡물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작용했으나 시장에서 우려했던 만큼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반구 주요 곡물 생산국들이 통상적으로 곡물 파종과 생육 초기 단계에 들어서는 이 시기의 기후 변화가 곡물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특히 미국에서의 곡물생산 초기 기상 여건과 곡물의 작황 상태는 곡물 가격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농무부(USDA)는 4월부터 매주 월요일 미국 내 주요 곡물의 생육 과정 및 작황 상태 보고서를 발표해 오고 있다. 현재 옥수수를 비롯한 봄밀의 파종율과 겨울밀의 출수율이 발표되고 있으며 대두의 경우 곧 파종율이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 내 주요 곡물 산지에 상당량의 비가 내림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미국 중서부 일대 옥수수 및 대두 산지는 파종 지연 우려로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 반면 미국 대평원 일대 겨울밀 산지의 생육 상태는 양호한 모습을 보여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한편 중국 역시 곡물 생산 시즌에 돌입함에 따라 옥수수 및 대두의 파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중국이 옥수수 파종 면적을 줄이는 대신 대두의 파종 면적을 늘리고자 한다. 중국 정부는 묵혀둔 엄청난 양의 옥수수 재고 처분을 위해 옥수수 생산을 줄이는 대신 급격히 증가하는 대두 수요에 부응해 대두의 생산을 늘리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향후 중국의 생산 정도에 따라 세계 곡물 수요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되며 곡물 가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브라질의 경우 2016/17 시즌 옥수수 및 대두는 대풍작으로 역대 최고의 생산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시즌 가뭄으로 인해 옥수수 생산량이 급감하고 내수 가격이 폭등하자 이번 시즌에는 옥수수 파종 면적을 늘렸으며 양호한 날씨로 인해 생산량은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세계 옥수수 공급 과잉과 국제 옥수수 가격 하락으로 인해 농가의 채산성이 악화됨에 따라 다음 시즌에는 옥수수 파종을 대폭 줄일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곡물 수급에 대한 중장기적인 전망의 불확실성 속에서 곡물 가격의 방향성 잡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당분간 곡물 가격은 박스권에서 맴돌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적인 여건 또한 프랑스 대선과 영국의 EU 탈퇴 등 유로존 정세 불안과 중동 및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겹치면서 녹록하지 않은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 유가 역시 원유 산유국들의 감산 이행 연장의 불확실성과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로 인해 약세를 보임에 따라 곡물 가격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곡물 시장은 날씨 변화에 상당히 민감한 ‘Weather Market’으로서 주요 곡물 생산국들의 기상 상황과 생육 상태에 따라 곡물 가격의 변동성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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