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점 수차 지적에도 반영사항 전혀 없어

 

축산농가들이 정부가 발표한 ‘AI·FMD 방역개선대책’에 반발하고 나섰다. 가금단체들은 어느 때보다 많은 독소조항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며 대규모 규탄 집회를 예고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농가 책임방역 의식 제고를 명목으로 규제를 강화한 방역개선대책을 지난 13일 발표했다.

주목할 만한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산란계농장 신규허가 시 복지형 케이지사용(0.075㎡)을 의무화하고, 높이(9단)와 통로(1.2m) 기준을 신설했다. 기존 농장은 10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있지만 전형적인 탁상공론으로 꼽힌다.

살처분 보상금 감액 기준을 강화하고, 감액 대상을 확대했다. 방역시설 미흡 또는 소독 소홀로 5년 이내 3회 질병 발생 농장은 허가를 취소한다.(삼진아웃제) AI·FMD가 발생하면 정책자금 지원에도 불이익(후순위 및 지원배제)을 주고, 방역 취약 사육시설 개선을 위해 축사 정의(비닐하우스 금지)를 신설했다.

지자체장이 관내 농장에 대해 가축 사육제한을 명령 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지자체장에게 위험 농장·지역에 대한 가축 사육 제한 권한을 부여, 동절기 육용오리와 토종닭을 사육제한 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의 방역재원으로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토록 하고, 이와는 별도로 방역부담금 등 방역지원 확충 방안(가축방역세)도 검토한다.

김재수 농축산부 장관은 지난 12일 개선대책 발표 사전 브리핑에서 “농장 허가권자가 지자체장이다. 철새도래지나 기타 질병 지속 발생지역 허가도 제한하도록 권한을 준 것”이라며 “방역세와 휴지기 문제는 상당 부분 지자체장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규 농축산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휴지기제를 전국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여러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지자체장의 권한으로 일단 부여하고 앞으로 실태를 보고 구체적으로 늘려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진아웃제, 살처분보상금 감액, 가축방역세 거출, 산란계 케이지 면적 조정, 휴지기제 등 사안에 대한 문제점을 수차례 지적했지만 반영된 사항이 없다는 것에 축산농가들은 분노하고 있다. 결국 농축산부는 주말까지 반납하면서 실시했던 의견수렴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경기도에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가는 “농축산부가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을 들여 현장과 소통하려는 노력에 원래의 내용보다 많은 부분이 수정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실망스럽게도 그렇지 못했다”며 “무시당하고 조롱당한 기분이다”라고 분개했다.

그는 또 “농축산부는 이번 AI 피해를 농가 책임으로 전가시켰다”며 “방역세와 휴지기 등 문제가 커질 만한 사항들은 지자체장에게 넘기는 방법으로 영악하게 처리 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이번 방역 개선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축산법령, 축산계열화법령, 가축전염병예방법령, AI와 FMD 긴급행동지침(SOP)을 개정하는 등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역 개선 대책 어떤 내용 담았나?

 

지방자치단체장 권한 대폭 강화

 

정부는 지난 1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AI·FMD 방역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방역 개선대책은 6대 분야, 16개 주요과제, 53개 세부과제로 구성되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초등대응 강화

AI 위기경보 단계를 조정해 겨울철에는 농장 AI 발생 즉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를 발령한다. 여름철(6~9월)에 AI 발생 시 ‘경계’ 단계로 운영한다.

일시이동중지명령 발령 권한을 시·도시자로 확대하고, 방역이 취약한 소규모 농가에 대한 수매·도태 권한 부여 등 지방자치 단체장 권한을 강화한다.

시·군 살처분 인력, 시·도 및 방역본부 방역기동대, 軍 재난구조부대를 투입해 24시간 내 살처분을 완료할 수 있도록 하고, 방역대 내 알 이동제한 및 살처분·수매를 병행한다.

 

# 방역 지원체계 강화

AI·FMD 발생 시 시·군에서 방역조치가 즉각 실시될 수 있도록 살처분 인력과 자재 동원 계획을 사전에 수립한다.

취약농장 상시 점검, 동절기 이전 모든 농장 특별점검 제도화, 축산업 미허가·미등록 농가 일제점검(연 2회) 등을 실시한다. 동물보호 경찰제 도입으로 농장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자체 및 중앙정부의 방역 조직과 인력을 확충한다. AI 반복 발생 지자체에 방역 전담조직을 구축하고, 농축산부는 현장 방역 지원기능 강화를 위한 전담조직을 재편·보강한다.

지자체의 방역 재원으로 재난관리기금(1조 6000억원)을 활용한다. 이와는 별도로 방역 부담금 등 방역재원 확충 방안도 검토한다.

 

# 예찰체계 강화

민간 연구(대학, 연구소)에서 AI 바이러스 검출 시 신고를 의무화하고, 야생조류 예찰 업무를 환경부로 점차 일원화 한다.

AI 발생 위험농장 공수의 전담제를 도입한다.

간이 AI 진단키트 사용을 확대해 가축방역관 외에 현장 수의사도 사용을 허용한다.

특별방역기간(10~5월) 중 전국 가금류 도축장(53개소)은 주 1회 환경검사 및 출하 가금 검사를 제도화한다. 계약농장에서 AI 발생 시 해당 계열화사업자 도축장에 대한 검사를 강화한다.

축산관계자는 출입국 모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해외직구가 5년간 2배 이상 증가함에 따라 2017년 9월부터 탁송화물 개봉검사, 검역탐지견 집중 투입(24개국 81개 위험노선)을 실시한다.

 

# 농장 내 질병 유입 차단

AI 지속 발생 밀집지역(15개소)은 농장 이전 및 시설현대화를 추진한다. 2018년 한시적 보조 지원을 보조 30%(시범사업 2개소 후 추가 확대 검토)로 높인다. 지자체장에게 위험농장·지역 등에 대한 사육제한 명령 권한 부여 등으로 동절기 육용오리·토종닭 사육제한을 유도한다.

철새도래지 인근 3km 내, 농업진흥구역 내, 가금류 농장 500m 내 신규 가금 사육업 허가·등록을 제한(허가: 50㎡ 초과, 등록: 50㎡ 이하)한다.

종계·종오리장 간 이격거리를 신설(10km)하고, 주요 축산시설로부터 3km이내 신규 가금사육업 허가를 제한한다.

산란계 사육업 신규 허가 시 복지형 케이지 사용 의무화 및 높이·통로 기준을 신설(기존 농가는 일정기간 유예)했다. 마리당 케이지 면적은 0.05㎡에서 0.075㎡로, 높이는 9단, 통로는 1.2m로 강화했다.

노계의 타 농장 입식과 사육 금지를 위한 이동승인서 발급을 의무화한다.

계란수집상인 차량의 산란계 농장 출입금지 및 토종닭(산닭)의 불법 도계·유통 방지를 위한 단속을 강화한다. ‘가금·종란 이동정보 관리시스템’을 조기 구축해 생산단계별 정보 및 이동정보 관리를 강화(종란 입고→부화장→분양농장→도축장)한다.

축산차량 및 소독제 관리를 강화한다. 등록대상을 축산농가 화물차량, 인력 운송차량 등으로 대폭 확대한다. GPS 미장착 차량 신고포상제를 도입한다. 축산차량 표시(전·후·측면)를 의무화한다. 도축장 등 주요 축산시설에 축산차량 자동인식관리 시스템을 도입한다.

소독제 효능시험기관 지정제 도입, 방역 현장 조건에 맞도록 효능시험 조건 다양화, 지자체의 소독제 일괄구매·공급방식을 농가 자체 구매로 전환한다.

 

# 평시 책임방역 정착

인센티브·페널티 강화로 농가·계열화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했다. 농장 질병관리등급제 시행과 차등 지원으로 책임방역을 유도한다. 계약농장 방역 점검 등 방역책임 미준수 시 계열화사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계열화사업자의 살처분 인력·장비 동원 및 매몰비용 부담 등에 관한 사항을 농가와의 계약서에 명시한다.

살처분 보상금은 방역 우수·미흡사항에 대한 차등 지원을 강화한다. 시군별 최초 신고 농가는 살처분 보상금을 평가액의 100%까지 지급한다.

또 방역시설 미흡 또는 소독 소홀로 5년 이내 3회 발생 농가는 허가를 취소한다. AI·FMD 발생 농가 후순위 지원, 방역 의무 미이행 농가(미신고, 신고 지연 등)는 정책자금 지원을 배제한다.

소·염소·사슴의 FMD백신 전국 일제접종을 정례화 한다.

 

# 질병 추가 발생 방지

사체 처리 방식 다양화 등으로 환경오염을 최소화 한다. 매몰 이외 랜더링·소각·고속발효기 등을 활용한 사체 처리를 확대한다. 열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비료원료로의 사용을 확대한다. 거점소독시설에 소독수 회수와 저장시설 설치를 의무화한다.

농장 종사자 및 살처분 인력 등 AI 바이러스 노출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군의 인체감염 예방조치를 강화한다. 지자체 대책본부에 ‘인체감염대책반’ 설치로 축산·보건 협력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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