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FMD까지 동시 발생

 

대한민국은 지금 FMD·AI 등 해외악성 가축전염병과 치열한 전쟁 중이다. 지난 8일 경기 연천에서 발생한 FMD의 혈청형이 A형으로 확인되면서 방역당국과 축산농가는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에서 발생한 FMD 혈청형은 O형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소강상태를 보이던 고병원성 AI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고병원성 AI 2가지 형(H5N6과 H5N8)과 FMD 2가지 형(O와 A) 등 총 4가지의 유형의 바이러스를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됐다.

농축산부는 “보은과 정읍의 2개 O형 발생농장은 직접적 역학관계가 확인되지 않고 멀리 떨어져 발생한 것으로 보아 바이러스가 산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연천의 A형과 관련해서는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A형 발생에 따라 ‘O+A’형 백신 접종(90만두)은 A형 유전자 분석 시까지 일시 보류 하고 O형 백신(193만두)부터 접종 한다”며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고병원성 AI와 관련해 지난 8일 △전남 여수(수리부엉이) △경기 용인(수리부엉이) △전북 고창 2건(가창오리 5마리)에서 발견된 야생조류 폐사체에서 H5N6형이 확인됐다. 또 △충남 홍성(청둥오리) △전북 고창(쇠기러기 2마리)에서 수거한 야생조류 폐사체에서는 다른 유형인 H5N8형이 나왔다.

같은 날 전북 김제의 산란계 농장(6일 신고)에서 H5N8형 AI가 확인됐다. 이는 국내 가금 사육농장에 두가지 유형의 AI 바이러스가 발생한 첫 사례다. 사상초유의 사태에 방역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5일 충북 보은(젖소)에서 FMD가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발생 직후 위기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시키고, 해당농장 가축을 살처분 했으며 반경 3km 이내 우제류에 대해 이동을 제한했다.

다음날인 6일 전북 정읍(한우)에서 FMD 의심신고가 추가 접수됨에 따라 FMD 확산 차단을 위한 긴급조치가 실시됐다.

방역당국은 당일 오후 6시를 기해 30시간 동안 전국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소·돼지 등 우제류의 이동을 전면 금지 시키는 일시 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을 발령했다.

또 6일 18시부터 13일 24시까지는 충북·전북 지역 소·돼지 등 우제류 가축에 대해 타 시도 반출을 금지시켰다.

방역당국은 보은과 정읍에서 발생한 FMD가 동일한 유형으로 과거 국내에서 잔존하다가 재발한 바이러스는 아니라고 추정했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보은과 정읍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새로 유입된 것”이라며 “양쪽 지역 간 역학관계가 거의 없어 바이러스가 언제 들어왔는지, 어디까지 퍼졌는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혔던 평균 항체 형성률 97.5% 라는 조사 결과에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보은과 정읍 지역의 항체 형성률 조사에서 5~50% 안팎의 항체 형성률을 보이는 농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소의 경우 돼지와 달리 백신접종을 할 경우 항체 형성률이 거의 100%에 가깝기 때문에, 20%밖에 안 됐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방역당국은 착유량·증체율 저하 등을 이유로 농가가 백신접종을 기피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축산부 관계자는 “이미 FMD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진 상태에서 백신 접종을 규정대로 충실히 한 농장은 전염병으로부터 가축을 지킬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농장은 FMD에 걸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축산농가들은 방역당국의 이런 태도에 불만을 느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농가들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으면 항체가 아예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방역당국은 전국에서 사육중인 소 330만두에 대해 일제 접종에 들어갔다. 단, 접종 후 4주가 경과하지 않은 소와 출하예정 2주 이내인 소는 접종에서 제외한다. 전문가들은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항체가 형성되려면 1~2주 정도의 시간이 걸려 이 기간에 FMD가 확산될 우려도 남아 있는 상태다”라며 “확산 방지를 위해 차단방역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농협경제지주는 FMD 확산 방지를 위해 오는 20일까지 전국 가축시장 86곳을 임시 휴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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