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력 없고… SOP 지켜지지도 않고

 

거점소독시설이 고병원성 AI 확산 논란의 중심에 있다. 전문 인력도 없고, 기본적인 SOP도 지켜지지 않는 등 시설의 중요성에 비해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AI 교차오염 발생이 우려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대적인 시설 보완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당장 보완이나 전문 인력의 고정투입이 어려운 거점소독시설은 차라리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거점소독시설은 가축분뇨·사료·계란운반 등 축산관련 차량(운전자)이 소독을 실시하는 장소다. 이동 차량을 모두 소독할 때 발생하는 일반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축산관련 차량에 대해서 보다 철저히 소독을 실시하고자 2014년 7월부터 현장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운영상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오히려 AI 바이러스 확산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AI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르면 거점소독시설은 소독장소 입구와 출구를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소독장소에는 U자형 소독기, 고온·고압동력분무기를 설치해 소독을 실시한다. 근무인원은 3개조로 24시간 근무한다.

차량 외부 소독 시에는 유기물(분변 등)이 붙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소독액에 흠뻑 적시도록 한다. 소독완료 후 ‘거점별 축산관련 차량 소독장소 소독시설 기록부’를 작성하고 ‘소독필증’을 발급해야 한다.

그러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기본적인 SOP를 모두 지키는 거점소독시설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거점소독시설들이 방역상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차량 입구와 출구를 분리하지 않는 시설이다. 입구와 출구를 구분할 수 없는 장소에는 애초에 거점소독시설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 축산차량이 오염된 채로 지나 온 길을 소독 후에 다시 가도록 하는 것은 방역의 기본을 무시한 조치다.

이 과정에서 오염되지 않은 차량마저 AI에 감염될 우려가 높다. 철저한 소독을 위해 만든 시설에서 오염 가능성을 방치한다면 애써 실시한 소독도 헛수고가 된다.

출구와 입구가 같은 거점소독시설에 하루 10대의 차량이 소독을 위해 방문할 경우, 고병원성 AI에 오염된 한 대의 차량이 해당 시설 입구에 흘린 계분이나 흙을 통해 나머지 9대의 차량을 오염시킬 수 있다.

만일 이와 같은 상황이 2일간 방치된다면 20곳이 오염되고, 오염된 20대의 차량이 하루에 2농장만 방문해도 2일이면 오염은 80곳으로 퍼져나간다. 이것이 거점소독시설이 AI 전국 확산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또 거점소독시설 근무 인력들이 축산과 관련이 없고 방역에 대한 전문 지식마저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기자가 직접 방문한 거점소독시설에는 서류상에는 4명이 근무 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 1명만 제외하고 모두 사무실에 근무 중이였다.

아무나 소독약만 뿌린다고 방역이 되는 것이 아니다. 축산차량을 꼼꼼하게 소독하기 위해서는 매뉴얼에 따른 철저한 소독과 노하우가 필요한 일이다. 방역을 국방이라고들 이야기 하면서 정작 전쟁터인 거점소독시설에 훈련된 인력이 아닌 일용직 근로자를 내보낸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는 말로만 방역을 강조하며 거점소독시설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소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독 전에 세차를 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거점소독시설에서는 분변 등 유기물이 있는 상태로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축산차량 소독에 앞서 청소와 세척은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를 지킬 수 있는 거점소독시설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이외에도 일부 대인 소독실의 경우 바닥이 각종 유기물과 함께 악취가 날 정도로 더럽혀져 있어 오히려 오염이 되는 느낌이 드는 곳도 있다.

또 거점소독시설이 도심에 있어서 축산차량이 도심을 거쳐야 하는 경우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각 지자체별로 거점소독시설에서 각각 다른 소독수를 사용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소독효과가 반감이 되지 않도록 가급적 동일한 계열의 소독약 사용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 수의사는 “지금과 같은 최악의 AI 사태에서도 거점소독시설의 운영과 관리가 허술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며 “평소에는 더 형편없이 운영 했을 것이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거점소독시설을 계속 운영하기 위해서는, 거점소독시설을 거친 축산차량은 완벽하게 소독이 된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효과를 정부차원에서 증명해야 한다”며 “SOP에서 요구하는 시설을 갖춘 곳보다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바이러스 확산 매개체가 될 위험이 높은 거점소독시설은 선별해 하루 빨리 운영을 중단시켜야 한다”며 “이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고병원성 AI 사태는 올겨울 내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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