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적 무관세 허용했지만 위험평가 최대 6개월 소요

 

정부가 AI로 요동치는 계란가격을 잡기 위해 무관세로 계란 수입을 추진한다.

하지만 항공비 등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이 우세해 실효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계란과 계란가공품의 관세율을 0%로 낮추는 할당관세 규정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일부터 8~30%의 관세를 부담하던 신선란과 계란액, 계란가루 등 8개 품목 총 9만8000톤에 대해 무관세 수입이 허용됐다.

이번 할당관세 조치는 오는 6월 30일까지 적용하되 추후 시장 수급동향을 고려해 연장할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무관세 계란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한국식품산업협회를 통해 실수요자 배정 방식으로 운영키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계란수입 방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먼저 축산물 수입허용 국가 및 수입위생조건은 13개국과 체결돼있지만, AI 발생에 따라 현재 계란 수입가능 국가는 호주, 뉴질랜드, 미국, 스페인, 캐나다 등 5개국으로 한정돼있다.

이외의 국가에서 계란을 수입하려면 검역과 위생에 대한 위험평가가 필요한데, 위험평가에만 최소 3~6개월이 소요된다.

또한 신선란 수입을 위해선 계란수출 작업장이 필요하지만 현재 등록된 해외작업장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기존에 18일이 소요되던 계란수출 작업장 지정절차를 가능한 한 당일 처리키로 했지만, 이 역시 할당관세와 항공비 지원이 중단되면 끝나고 말 단타성 계란수출을 위해 지정받을 작업장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가장 큰 문제는 계란가격이다.

지난달 23일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계란가격은 소매가격 기준으로 한 알 당 197원, 미국 185원, 캐나다 217원, 호주 283원, 중국 122원, 일본 238원이다.

거리로만 따지자면 비행시간이 최소 1시간 내외인 중국과 일본이 유력하지만, 두 나라 모두 AI 발생국이라 수입이 불가능하다.

결국 국내 가격의 93.9% 수준인 미국에서 수입해야 한다는 결론인데, 비행시간이 최소 10시간 이상인 미국에서 계란을 들여올 경우 계란가격보다 항공비가 더 나가 소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된다.

한 계란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항공운송비 절반을 지원한다손 치더라도 계란값에 항공운송비까지 계산하면 계란 한 알 가격이 최소 700원은 될 것”이라며 “국내 계란가격의 두 배인 2만1000원짜리 계란을 누가 사먹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서 부족한 계란을 실어 나르려면 정부가 지원한다는 항공운송비 6억원으론 택도 없는 일”이라며 “정부가 현실성 없는 일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신속한 계란수입을 위한 정부의 졸속행정이 향후 새로운 질병 유입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원활한 계란 수입을 위해 수입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해외수출작업장 등록 절차를 간소화해 가능한 한 당일처리하고, 수입시 발급 받아야하는 검역·위생증명서 서식도 수출국과 협의해 조속히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계란 수입시 검역·검사 등의 관련절차를 단축하고, AI 관련 특별통관지원반에서 24시간 통관을 지원키로 했다. 이는 검역·검사과정을 사실상 생략하겠다는 것. 이 경우 계란을 통해 해외에서 새로운 질병이나 바이러스가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 업계관계자는 “신속한 수입을 위해 검역·검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공휴일과 야간을 포함해 24시간 즉시 통관하겠단 정부의 말은 새로운 질병의 유입되도록 통로를 열어주겠단 말과 같다”며 “계란을 통해 새로운 질병이 유입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계란수입 소식에 계란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으로 농장과 유통상인 모두 계란을 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수입 보단 사육기반을 조기에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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