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작업자 안전 미흡

일본 AI 살처분 현장 모습. 작업자들이 방역복을 2겹으로 입고 방역복과 팔목과 발목, 보호안경, 마스크까지 테이프로 감아 바이러스가 내부로 유입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작업 중이다.(아사히신문 동영상 캡처)
국내 오리농장에서 살처분 작업자들이 방역용품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작업을 하고 있다.(유튜브 동영상 캡처)

고병원성 AI 방역에 대한 총체적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살처분 작업자들에 대한 안전관리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AI 바이러스 노출로 인한 인체감염 뿐만 아니라 성능이 좋지 않은 방역용품 사용으로 안전사고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고병원성 AI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위험도가 높아 관리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는 제 1종 가축전염병이다. 최근 인체 감염 빈도가 증가 추세로 경각심을 갖고 경계를 소홀히 하면 안 되는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2014년 4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17명이 AI에 감염되고10명이 사망했다. 국내에서는 경기도 포천 길고양이와 접촉한 가정집 고양이(폐사)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되면서, 전문가들은 AI 인체감염에 대한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대해 우려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AI 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현권 의원은 “방역은 곧 국방이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서 철저하고 신속하게 대응했어야 했다. 그러나 3000만 마리의 가축을 몰살시킨 정부는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국가 안보·통일·외교와 관련된 최고 의결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병원성 AI의 인체감염이 발생한다면 준비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이나 개선 사항 없이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를 막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AI 인체감염 예방을 위한 첫 번째 개선사항은 고위험군에 속하는 살처분 작업자들의 안전이다.

현재 가축전염병예방법 및 AI 긴급행동지침(SOP)은 살처분 작업자들이 마스크·1회용 방역복·장화·보호안경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로부터 작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역용품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작업자들은 관련 규정과 행동지침을 무시하고 있다. 복장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그대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있다. 작업자나 관리자들은 살처분 작업 전 타미플루 등의 약을 복용해 인체감염을 예방했다고 안일하게 생각하지만 바이러스가 인체에 직접 닿는 것까지 안전한 것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고위험군에 속하는 살처분 작업자 수는 2일 현재 2만 4324명(누계)에 달한다.

제대로 된 복장을 갖추지 않은 작업자들의 귀나 코, 머리카락에 숨어 있던 바이러스로 인해 AI가 타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고, 이들이 묻혀간 바이러스가 가정이나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감염이 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가까운 일본도 살처분 작업자들에게 마스크·1회용 방역복·장화·보호안경을 착용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달리 방역복을 2겹으로 입히고 방역복과 장갑, 장화 등 연결부위를 테이프로 단단히 붙여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한다. 보호안경과 마스크 등에도 테이프를 감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답답해도 빼거나 할 수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살처분 작업자들의 규정위반과 관리자들의 관리태만 뿐만 아니라, 허술한 저가 방역복과 보호안경 지급도 문제가 되고 있다. 작업자들에 따르면 방수·방유·내화학성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기능이 포함되지 않은 일부 저가 방역복은 소독약품이 스며들고, 심지어 작업 도중 바짓가랑이가 터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저가 보호안경도 내부에 차는 습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렵게 한다.

보호는커녕 작업을 방해하는 저가의 허술한 방역용품, 관리자들의 관리 부족, 작업자들의 안이한 생각이 작업자들과 축산업계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를 얼마나 위험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확한 인식과 빠른 대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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