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이면서 아닌 듯…발상의 전환 영글어

 

농협사료가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농가 경북 경주시 동천동에 위치한 기흥농장 입구에 서면 ‘농장’에 대한 선입견이 ‘싹’ 가신다. 그리고 기도영 대표와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농장주’에 대한 생각도 달라진다. 2005년 대학을 졸업한 후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축산을 대물림 받은 그는, 축산의 ‘축’자도 모르는 건축학도였다.

농협사료에서 제공한 기흥농장의 2015년 1월부터 11월까지 출하한 105마리 성적을 보면 평균 도체중 418.1kg, 평균 등심단면적 90.7㎠ 1등급 이상, 육질등급 1등급 이상 출현율 78%다. 지난해 전국 출하성적 상위 10% 평균 416.6kg 보다 앞선다. 그러나 이 성적으로 기흥농장을 평가하는 것은 기흥농장의 진가를 보지 못한 것이다.

 

울산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한 기도영 대표가 “축산을 대물림하겠다”며 축사 바닥의 분뇨를 치울 때가 2005년 27살이었다. 1980년부터 번식우 10마리로 한우사육을 시작한 부친 기종도 씨는 150마리로 규모를 늘렸고, 경주시 내에서도 소를 잘 키우기로 유명했다.

반대를 무릅쓰고 축산업에 첫발을 디딘 그에게 아버지의 가르침은 혹독했다. 후계농가들이 겪었던 1세대와의 갈등을 그도 경험했다. 그리고 11년째에 접어든 2016년 12월 현재 기흥농장의 사육규모는 번식과 비육우 총 500여 마리에 이른다.

“축산업이 낯설어 그것을 배우기 위해 대학·농협 축산위생교육원 등에서 하는 교육은 거의 빠지지 않고 배웠습니다. 강의를 통해 습득한 지식을 현장에 접목시키고 싶어 실험하려는 시도는 수십 년 해 오던 아버님의 방식과 달라 갈등을 빚었습니다. 결국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한 두 마리 씩 시도해 보면서 아버님의 현장 경험과 이론을 접목할 수 있었습니다.”

 

아들의 새로운 사육방식을 인정하기 시작할 때까지의 갈등이 해소 되자, 아버지와 기도영 대표 사이에는 ‘밑소 구입=아버지, 전반적인 사육=아들’이라는 분담체계가 형성됐다고 한다.

기도영 대표가 갈등을 해소하는 해법으로 도입한 것이 바로 ‘직장론(論)’이다. 일터를 직장으로 여기면, 아버지를 혈육보다 직장상사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사고가 형성되면 갈등을 극복하는 길이 훨씬 수월해진다고 한다. 가정으로 돌아와서는 일 이야기를 되도록 꺼내지 않으면서 아버지 역시 그러한 변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사육 규모 500마리, 거세 비육우의 경우 지역 브랜드 경주한우로 출하하고 있는 기도영 대표는 “사육 방식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면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고 강조한다. 태어나서부터 출하할 때까지 그는 소의 건강에 관심을 가졌다.

축사 옆에 100평 규모의 ‘송아지 놀이터’를 만들어 4~5개월까지 어미와 함께 뛰놀 수 있는 말 그대로 놀이터다. 마사토의 고운 모래가 깔린 푹신한 바닥과 언덕으로 형성된 이곳에서 모유를 마음껏 먹고 자란 송아지는 저항성이 월등하다.

수시로 갈아주는 우사 바닥은 소들에게 쾌적함을 선사하고, 여기에 아버지 때부터 줄곧 구입해 온 농협사료와 옥수수·건초·발효제 등을 섞은 완전배합사료의 급여는 육질 고급화의 결과로 나타난다.

특히 하루 두 번의 완전배합사료의 급여는 기도영 대표의 ‘새로 지은 엄마의 정성이 담긴 따뜻한 아침밥을 먹고 등교하는 학생은 집중력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사고가 만들어낸 것이다. 매일 즉석에서 만들어낸 사료를 공급함으로써 소들이 ‘무럭 무럭’ 잘 자란다. 덕분에 기흥농장의 폐사율은 1%도 되지 않는다.

2008년 HACCP ·2009년 무항생제 인증 등 일찍부터 ‘건강’·‘자연’을 중시해 온 사육 환경을 체질화한 결실은, 2011년 FMD 대재앙에서도 생존으로, 부르셀라로부터의 해방으로 나타났다.

한편 젊은 후계경영인들이 겪는 1세대와의 갈등 해소에 좋은 방향을 제기했다. 일단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자 아버지나 자신의 생각들을 현실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상승효과를 거두게 됐다고 한다.

 

그 단적인 예로 일찍부터 자체 매장이 필요하다는 아버지의 구상에 따라 정육매장을 5년 동안 구상해 2011년 자체 암소한우브랜드 ‘순우’ 식당을 탄생시켰다. 여기엔 건축학을 전공한 자신의 장점이 고스란히 내재됐다. 축사를 신축·확장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순우’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암소 1등급을 판매하고 있는 순우매장의 연간 매출은 20여억원이다. 기도영 대표의 감각이 배여 있는 3층의 건물은 고급 인테리어로 카페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며, 2·3층은 정육매장이고, 1층은 정육코너와 카페다. 고기를 먹은 고객들이 카페에서 차와 커피를 무료로 마시면서 즐기는 레스토랑의 분위기다. 여기에 육가공공장까지 운영하면서 젊은 후계농들의 로망이 되고 있다.

“광역브랜드나 지역 로컬브랜드의 참여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지만, 생산에서 판매까지 내가 키운 소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은 아마도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으니 그 결과를 보고 싶은 것 아닐까요?”

기도영 대표는 아마 생산에서 판매까지의 과정에 들인 노력과 그 결과로 얻게 된 자부심을 팔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사고 방식이 일반 농가는 물론 일반인들과 많이 다른 그를 한우농가라고 부르기엔 적절치 않다. 한우 사육을 기반으로, 그것과 연관된 사업가라고 부르는 것이 오히려 더 적절한 것 같다.

“왜 농협사료를 40년 가까이 변함없이 쓰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선 듯 “협동조합은 농민을 속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협동조합의 일원도 아닌 그가 농협사료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하는 것은 일관성에서 오는 신뢰감이다.

“사람을 쓰려면 모든 허드렛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혹독한 교육은, 그의 경영철학을 만들었다. 직원들과의 관계를 ‘동생처럼, 이모처럼, 어머니처럼’ 하려고 노력한다는 경영이 ‘말만’이 아니라는 것도 곳곳에서 배어난다.

“사업의 모든 것은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깨진다”는 기도영 대표는 “직원들의 모든 행위는 나를 그리고 우리를 위한 것이기에 충분히 그에 맞는 대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에어컨 등이 완비된 쾌적한 직원 숙소를 운영하면서, 휴식시간에는 언제든지 편하게 쉴 수 있고, 월급은 고스란히 저축할 수 있도록 기타 부대비용이 제공된다. 고기 디스플레이, 발골의 중요성 등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 가공장의 직원들을 데리고 일본 토쿄 긴자백화점 지하 매장을 견학하기도 하는 등 ‘상생’의 의미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농장을 찾는 방문객들로 기흥농장은 연평균 100여명의 손님을 맞는다. 2015년에 e마트 국산의 힘 프로젝트 축산부문에 참여, 한우고기를 납품하고 있다. 현재 한우협회 경주시지부 사무차장으로 한우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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