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 방역조치요령 외국 사례 겉핥기만”

 

양봉산업이 잇따른 질병발생으로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였다. 토종벌의 98%를 전멸시킨 낭충봉아부패병에 이어 지난달에는 경남 밀양 소재 양봉농가에서 작은벌집딱정벌레가 국내 최초로 발생했기 때문.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경남 밀양시 무안면 소재 양봉농가에서 작은벌집딱정벌레 감염증이 국내 최초로 보고됐다. 꿀벌 330군을 자택 앞마당에서 사육하던 이 모 씨는 지난 3월 벌통을 인근 야산으로 옮긴 뒤 8월부터 폭발적으로 딱정벌레가 증식하기 시작했으며, 추석 이후 벌집이 무너지는 등의 피해가 심각해 인근 시험소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13일 현재 이 모 씨의 봉군은 거의 전멸 상태다.

문제는 작은벌집딱정벌레가 확산일로에 있다는 점이다. 밀양 발생농가를 중심으로 인근 양봉농가의 발생 신고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창녕 고암면에서도 작은벌집딱정벌레가 발생했다. 인근 야산에서 156군을 사육하던 백 모 씨는 절반 정도의 봉군에 피해를 입었다.

정부 관계자는 “딱정벌레 성충은 4∼5㎞를 날아갈 수 있다”며, 직접 전파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작은벌집딱정벌레의 애벌레는 화분과 꿀, 봉아를 먹이로 하며 벌집을 갉아 벌통을 망가뜨린다. 특히 배설물에 의해 꿀 색이 변하고 발효를 일으켜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등 양봉농가에 큰 타격을 입히는 해충이다.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로 1998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최초 발생이 보고됐으며, 2015년 현재 미국, 아프리카, 호주 외에도 이탈리아, 영국, 콜롬비아 등의 남아메리카와 유럽 일대에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필리핀에서도 피해가 보고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작은벌집딱정벌레의 유입시기 및 유입경로 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초 발생농가인 이 모 씨의 경우 2년 전인 2014년부터 5~10여 통에서 딱정벌레가 관찰됐다고 방역당국에 진술했다.

발생농가와 같은 무안 면에서 꿀벌을 사육하는 임 모씨와 오 모 씨도 지난해 일부 봉군에서 딱정벌레를 처음 발견했다. 인근 하남읍 일대에서 350군을 사육하는 김 모 씨 역시 3~4년 전에 딱정벌레를 처음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방역당국은 이 같은 증언을 토대로 “주변농가의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작은벌집딱정벌레의 국내 유입시기 및 유입경로와 최초 발생농가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해당 발생농가는 최소 2년 전에 질병이 유입됐으며, 그늘지고 습도가 높은 현재의 사육지로 봉군을 이동시킨 후 딱정벌레의 폭발적 증식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지난달 27일 작은벌집딱정벌레 최초 발생지인 경남도지역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가는 한편, ‘작은벌집딱정벌레 발견 시 조치요령’을 제작해 각 지자체를 통해 배포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이 제시한 진드기 구제제를 사용한 트랩 설치와 봉군주변 토양에 대한 살충제 살포 등의 조치요령은 국내 시험을 거치지 않은 외국사례일 뿐이라는 비난이 높다.

한 양봉산업 관계자는 “꿀벌은 다른 가축보다 예민해 잘못된 약물 선정 시 폐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검증되지 않은 외국사례가 아니라 실증시험을 통한 국내 실정에 맞는 방제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