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못 맞춰 사업포기 빈발

 

농림축산식품부가 정부보조사업 관리를 강화하면서 축산농가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했다. 축사시설현대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농가가 강화된 절차(입찰방식 변경)로 인해 시공업체 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규정을 맞추지 못해 사업을 포기하는 농가도 상당수 발생하면서, 농가 피해뿐만 아니라 정부사업 시행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관련기사 월요칼럼 2면>

올해 강화된 ‘농림축산식품분야 재정사업관리 기본규정 53조’에 따르면 시설공사 비용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반드시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에서 시공사와 입찰·계약해야 한다. 즉 정부보조금이 조금이라도 포함됐고 시설공사 총 비용이 2억원을 넘는 경우 나라장터에서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나라장터에 등록한 축사시설 전문 시공사는 그 수가 많지 않아 선택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농장 상황에 맞는 시공사를 찾기 힘들다. 또 규정에 맞추기 위해 나라장터에 등록된 일반 건설업체와 농가가 계약을 하고, 업체는 이를 작은 업체에 하청을 주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기존에 무창계사 건축비용이 평당 80~100만원이었던 것이, 입찰 진행 과정에서 평당 200~300만원으로 상승하는 일이 발생했다. 입찰 받은 업체와 실제로 일을 하는 업체가 달라지면서 비용이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농가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는 시·군 등 지자체에 입찰업무 대행을 요청하는 것이다. 농가가 직접 설계도를 마련하고, 규정 위반 사항이 없는지 체크해 신청해야 한다. 게다가 지자체 담당자가 관련 내용이나 절차를 잘 모를 경우 어려움이 따른다.

둘째는 정부보조금 전액을 융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보조금이 아니라 융자지원은 나라장터를 통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셋째는 보조금 지원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신청을 포기하면 앞으로 2년간 재신청이 안 된다. 참고로 자금 교부 결정 6개월 이후에도 착공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업이 취소될 수도 있다. 민원 발생이나 인허가 절차 보완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지 않으면 기간도 연장할 수 없다.

어렵게 국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고도 원하는 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농가들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축단관련단체협의회(회장 이병규)가 축사시설현대화 보조사업 대상 농가에 대해서는 예외를 적용, 수의계약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축산농가의 행정력 부족 현실을 고려해 지방자치단체에서 해당 입찰 업무를 의무적으로 대리해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사시설현대화사업은 보조 20%, 융자 60%, 자부담 20%로 결국 본인 부담비율이 80%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규정에 발이 묶여 원치 않은 업체와 공사를 진행해야 하다면 축산농가와 시공업체와의 불협화음으로 인한 2차 민원 소지도 발생한다고 전했다.

축단협은 “정부보조금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데는 적극 동감한다. 그러나 관리 강화로 인해 변경된 입찰방식으로 농가들은 이중 삼중으로 힘들게 됐다”며 “조속한 규제 완화와 축산농가에 대한 예외 적용이 절실하다는 내용을 농축산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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